[언론보도] 부산 동구신문 제 372호 칼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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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찾아오는 여름입니다. 여름이 오면 매년 같은 고민을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와 습기에 지쳐가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어떻게 돌볼까 하는 것이지요.
삼계탕, 보신탕, 냉면, 수박화채, 삶은 옥수수, 오이냉국. 이름만 떠올려도 침이 고이고 입맛이 살아나는 반가운 여름 메뉴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맛도, 성질도, 재료도 이렇게 다른 음식들이 모두 여름 보양식으로 불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뜨거운 삼계탕과 차가운 오이냉국이 모두 여름에 좋다고 하니, 언뜻 보면 모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체질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합니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허해진 몸을 따뜻하게 채워 기운을 북돋우는 음식입니다. 반대로 냉면이나 오이냉국은 달아오른 몸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생활의 경험 속에서 둘 다 여름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되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나에게 지금 무엇이 더 필요한가'입니다. 기운이 쉽게 빠지고 몸이 냉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하게 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열이 쉽게 오르고 얼굴이 붉어지며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몸을 식혀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같은 여름이라는 환경에서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이유를 한의학에서는 체질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 쉽게 허해지는 사람, 몸의 겉이 먼저 뜨거워지는 사람, 속이 먼저 지치는 사람처럼 반응의 양상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소양인, 태음인, 토양체질, 금음체질 같은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듯, 더위를 견디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관점이 체질의학의 출발점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지면 불필요한 다툼도 줄어듭니다.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은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지 말자고 할 것이고, 열이 많은 사람은 시원한 바람과 찬 음료를 더 찾을 것입니다. 서로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다른 것뿐입니다.
무더운 여름일수록 '이게 맞다, 저게 틀리다'고 단정하기보다 사람마다 몸이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더 건강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체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특별한 이론을 외우는 일이 아니라 내 몸의 반응을 살피고, 다른 사람의 반응도 존중하는 일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삼계탕집으로 갈지 냉면집으로 갈지 너무 고민하지 마십시오. 둘 다 맛있게 드셔 보시고, 어떤 음식이 먹은 뒤 더 편안하고 기운이 나는지 내 몸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경험이 나에게 맞는 여름 보양법을 찾는 가장 좋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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